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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팅은 정철선생의 ⌜대한민국 죽은 영어 살리기⌟ 책을 참고로 작성되었다. 현재 해당책은 절판된 상태이며, 정철 영어엔진 홈페이지에 약간의 자료가 남아있다.
1. 나의 죽은 영어
내 시절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영어교육이 시작되었으며,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수능이 시작되어 듣기 평가도 실시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 시험문제는 토익시험과 매우 유사했으며, 지문 독해보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암기해야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았고, 대학원 등록을 위해 어렵사리 영어 성적을 통과 수준까지만 맞춰 놓았었다. 대학원 이후 취업을 위한 영어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고 내 영어 인생은 그렇게 마무리 지어도 될 듯했다.
입사 3년 동안 연구소에서 로봇개발에만 몰두했던 내게 영어를 사용할 일이란 논문을 조사하고 해외 사이트의 기술 정보를 확인하거나 가끔 전공서적을 뒤적거릴 때뿐이었다. 회사에서 설계팀으로 전배 발령이 났을 때까지 영어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설계팀으로 이동 후 부서 내 첫 미팅 참석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싶었다. 모든 주간보고 및 미팅은 영어로만 진행되었다. 같은 회사인데 부서가 다른 이유하나만으로 이렇게나 차이가 났다. 설계팀은 해외 고객사 및 해외 엔지니어와 상시 업무를 같이 한다. 고객사로부터 전달되는 메일은 모두 영어였고, 엔지니어링 사의 엔지니어 또한 외국인이었다. 심지어 같은 부서 내에 인도인들도 있다. 뭐, 읽고 쓰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나는 메일을 받고 쓰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전화벨 소리만 울리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부서 내에 사람이 없을 때면 일부러 전화를 들었다 그냥 내려놓는 일도 많이 했다. 이대로 있다간 회사생활이 지옥이 될 듯해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공부를 하기 위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예전에 배운 책이라곤 성문종합 영문법이나 맨투맨과 같은 문법책이었는데, 그때 상황에는 맞지 않는 것 같고 도서관을 뒤지다 시피해서 찾아낸 책이 정철의 ⌜대한민국 죽은 영어 살리기⌟였다.
이때부터 유사한 책들을 많이 읽은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회화책, 어휘책 또는 자주 쓰는 표현이 정리된 책들을 사서 주야장천 외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수준의 영어도 구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특히 지금 40~50대 아저씨들이 겪고 있는)에 대해 정철의 책을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겪었던 나도 이제는 다른 접근을 통해 영어를 학문이 아닌 언어로 받아들인 방법도 공유해 보고자 한다.
2. 내 영어가 죽은 이유
해도 해도 늘지 않는 영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을 하면서 정철의 ⌜대한민국 죽은 영어 살리기⌟를 접하게 되었다. 몇 페이지 넘어가지 않은 부분에서 내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문구를 발견했다.
"영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영어를 어렵게 배웠기 때문이다."
언어에는 젬뱅이라고만 단정 지었던 나에게 마치 구원의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래 나 때문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교육이 문제였어라고 마음속으로 크게 소리쳤다. 정철은 영어교육의 역사를 조금 더 다뤄주었다. 영어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약 140년 전인 구한말 때라고 한다. 이때의 선생님들은 주로 native speaker(원어민)로 6~10개월가량의 교습 뒤에 웬만한 정도의 통역이 가능했다고 하니 영어가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약한 영어교육의 시작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영원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의 교육을 주도했을 때부터다. 1919년 일본인에 의한 영어교육이 시작되었는데, 이 일본인 영어교사는 원어민들과의 대화경험은 고사하고 자기가 가르치는 영어의 실제 발음이 어떤 것인지 평생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순 토종 일본인이었던 것이다. 일본식 영어발음을 생각해 보라.
'제아 이즈아 비꾸 비루딩구'
'There is a big building'
따라 하기도 힘들다. 발음이야 그렇다 치고 지금의 40~50대 아저씨들이 배웠던 지독한 영어 교육의 지독한 문제는 이 일본인들이 영어를 언어가 아닌 학술적인 연구 분석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인데, 이 선생들의 가장 자신 있는 대목은 바로 '문법 따지기'였던 것이다. 지금도 한국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영어 쓰기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영어의 문법을 지적질하는 사람은 분명 한국사람들일 테니 말이다. 우리는 배웠던 기억으로부터 무의식적으로 누군가 영어로 얘기하면 문법부터 생각한다. 그렇게 배웠고 시험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을 위한 그냥 언어일 뿐인 것을. 일제 강점기 당시의 일본 영어 교사들은 문장 하나를 그냥 해석하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마다 격, 형식, 태, 시제 등등 모든 것을 따지고, 분석하면서 마치 암호문서 해독하듯이 해석을 했단다. 내가 고등학교 때 영어 교재가 그렇게 지저분했던 이유인 것 같다. 문장 하나에 줄 긋고 슬래쉬를 해가면 이거는 동사, 이거는 목적어를 나누고 시험문제에서는 문장의 형식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었다.
고약한 영어교육의 원조는 일본 영어 교사에게 있었다면, 해방 이후에는 당연히 영어 교사들에게 있다. 나의 중고등 학창 시절 영어 선생님들의 교육방식은 일제강점기 때의 그것과 달라진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권장 도서는 일본에서 넘어온 '성문종합 영문법'과 같은 것들이었다. 이렇게 배운 내가 영어를 잘 할리 없잖은가. 하긴, 그때 당시의 선생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들도 그렇게 배운 것을. 또한, 본인도 외국인을 만나면 울렁증이 생기는 것을. 그래서 본인들이 가르치기 쉬운 교습 방법만을 고집하며 우리나라 영어를 죽여온 것을.
3. 영어 살리기 근본 해결법
내가 처음 영어 울렁증이 생겼던 것은 외국사람의 말을 듣고 업무를 해야 할 때였다. 그전까지는 이런 상황이 없었다. 쓰여 있는 글을 보고는 바로 해석이 가능한데, 외국사람의 발음에서는 그게 도대체 무슨 단어인지를 모르겠고 겨우 들렸다 하면 바로 다음 단어를 못 들어서 전반적인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 다 달랐다. 그때만 해도 나의 문제는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어휘장만 주구장창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내가 인식할 수 있는 영어의 속도였던 것이다.
정철선생은 원어민들의 일상 대화를 듣고 이해하려면 일반 영어 스크립트를 150~190wpm(word per minute : 1분당 말하는 단어수)의 속도로 독해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좀 여유 있게 청취하려면 200wpm 정도의 독해속도와 이해도 80% 수준의 독해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한다. 한국의 평균 영문 독해력은 고교생이 75wpm(45% 이해)이고 대학생이 90wpm(50% 이해) 이다. 지금은 더 좋을지도 모른다. 미국학생의 경우 고교생이 200wpm(60% 이해)이고 대학생이 250wpm(70% 이해)라고 한다. 결국 영어를 잘 말하고 잘 들으려면 영어를 많이 크게 읽고 읽은 내용을 잘 이해하면 된단다.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박정원 저⌟, ⌜10년째 안 되는 영어 말문, 나는 한국에서 튼다, 정회일 저)⌟, ⌜10년째 영알못은 어떻게 100일 만에 영어천재가 되었을까, 이정은 저⌟ 등 많은 영어 공부법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조언한다. '크게 읽어라'라고. 올바른 발음으로 크게 읽다 보면 그 발음이 뇌에 저장되어 다른 사람의 발음도 정확이 들리게 된다.